동시이행항변권 성립요건
동시이행의 항변권이란 쌍무계약에서 채권자가 자기 채무의 이행이나 이행제공을 하지 않고 채무자에게 이행을 청구한 경우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능을 말한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상대방이 가지는 청구권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저지하는 연기적 항변권에 해당하고, 이러한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공평의 원칙과 신의칙에 기초한 제도이다.
동시이행항변권의 성립요건은 동일한 쌍무계약에 의하여 대가적 의미를 갖는 채무가 존재하여야 한다. 따라서 쌍방이 서로 채무를 부담하여도 별개의 원인에 의해 생긴 경우이거나, 동일한 쌍무계약에 의해 생겼더라도 대가적 의미를 갖지 않을 때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상대방의 채무가 변제기에 있지 않으면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당사자의 약정 또는 법률 규정에 의하여 자신의 채무를 먼저 이행하여야 하는 선 이행의무자는 원칙적으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선이행의무가 예외적으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갖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불안의 항변권의 경우이다. 당사자 일방이 선이행의무를 지는 경우라도 상대방의 재산상태 악화 등과 같이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선이행의무자에게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인정된다. 판례는 매매부동산에 세금체납으로 인하여 압류 등기가 되어 있음을 이유로 한 매수인의 잔대금 지급 거절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둘째, 선이행의무를 지체하던 중 상대방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경우이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요건으로서의 상대방 채무의 변제기 도래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할 때 상대방의 채무가 변제기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뿐 처음부터 변제기가 같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선이행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동안 상대방 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경우 이행을 지체한 선이행의무자도 상대방의 청구에 대하여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판례는 매수인이 선이행하여야 할 중도금지급을 하지 아니한 채 잔대금지급기일을 경과한 경우에는 매수인의 중도금 및 이에 대한 지급일 다음날부터 잔대금지급일까지 이 지연손해금과 잔대금의 지급채무는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동시이행항변권의 성립요건으로는 상대방이 자기의 채무이행 또는 그 제공을 하지 않고서 이행을 청구한 경우이어야 한다. 상대방이 '채무의 내용에 좇은' (완전한) 이행 또는 이행의 제공을 하면서 이행을 청구한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일부이행 또는 불완전이행을 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부분 또는 불완전한 부분에 해당하는 채무의 이행에 대해서만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행의 제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채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수령지체에 빠진 자는 그 후 상대방이 자기 채무의 이행의 제공을 다시 하지 않고 이행을 청구한 경우에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가지는가에 대해서, 판례는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먼저 한번 현실의 제공을 하고, 상대방을 수령지체에 빠지게 하였다 하더라도 그 이행의 제공이 계속되지 않은 경우에는 과거에 한번 이행의 제공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방이 가진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소멸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효력
동시이행항변권이 갖는 효력은 첫째, 채무자는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거나 또는 이행의 제공을 할 때까지 자기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연기적 항변권을 갖는다. 이는 항변권자의 채무를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다. 둘째,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이행지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가지는 채무자는 변제기에 이행을 하지 않더라도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항변권을 원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셋째, 상계금지의 효력이 생겨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붙은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항변권을 원용할 필요가 없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붙은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하도록 한다면, 상계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상대방이 가지는 항변권을 부당하게 상실시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붙은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상계하는 것은 무방하다. 넷째, 소송상의 효력을 갖는다. 원고(채권자)의 이행청구 소송에 대해 피고(채무자)가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원용한 경우 원고가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법원은 원고패소판결을 내릴 것이 아니라 "피고는 원고의 이행과 상환으로 이행하라"는 원고일부승소의 판결을 내린다. 그 밖에도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소멸시효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동시이행의 항변권 내지 이행거절의 권능은 변제기를 변경시키는 것이 아니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상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목적물반환을 거부하고 계속 점유하면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판례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목적물을 사용, 수익 하게 할 임대인의 의무와 임차인의 차임지급 의무는 상호대응관계에 있으므로 임대인이 목적물에 대한 수선의무를 불이행하여 임차인이 목적물을 전혀 사용할 수 없을 경우에는 임차인은 차임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나, 수선의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부분적으로 지장이 있는 상태에서 그 사용, 수익이 가능할 경우에는 그 지장이 있는 한도 내에서만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 뿐, 그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으므로 그 한도를 넘는 차임의 지급거절은 채무불이행이 된다(대판 1989.6.13. 88 다카 13332).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먼저 한번 현실의 제공을 하고 상대방을 수령지체에 빠지게 하였다 하더라도 그 이행의 제공이 계속되지 않는 경우는 과거에 이행의 제공이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 상대방이 가지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당사자 일방의 의무의 이행제공이 있었으나, 곧 그 이행의 제공이 중지되어 더 이상 그 제공이 계속되지 아니하는 기간 동안에는 상대방의 의무가 이행지체 상태에 빠졌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그 이행의 제공이 중지된 이후에 상대방의 의무가 이행지체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 없다(대판 1999.7.9. 98다 13754)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채무와 매수인의 매매잔대금 지급채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한, 쌍방이 이행을 제공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이행지체로 되는 일이 없다. 따라서 매도인이 매수인을 이행지체로 되게 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등을 현실적으로 제공하거나, 이행장소에 그 서류 등을 준비하여 두고, 매수인에게 그 뜻을 통지하고 수령하여 갈 것을 최고하면 되는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행장소로 정한 법무사 사무실에 그 서류 등을 계속 보관시키면서 언제든지 잔대금과 상환으로 그 서류들을 수령할 수 있음을 통지하고, 신의칙상 요구되는 상당한 시간 간격을 두고 거듭 수령을 최고하면 이행의 제공을 다한 것이 되고, 그러한 상태가 계속된 기간 동안은 매수인이 이행지체로 된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