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의 개념과 유형
조건은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의존케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을 말한다. 그러나 조건은 법률행위의 성립에 관한 것이 아니라,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한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조건이 되는 사실은 장래의 객관적으로 불확실한 사실이어야 하므로 장래 반드시 실현되는 사실이면 그것은 기한이 되고, 과거나 현재의 사실은 당사자가 모르더라도 객관적으로는 기성의 사실이므로 조건이 될 수 없다. 조건은 당사자가 임의로 그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부가한 것이어야 하므로, 법정조건은 이미 조건이 아니다.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 또는 소멸하는지에 의한 구별로 정지조건과 해제조건이 있다. 정지조건은 조건으로 부가된 사실이 성취할 때까지 법률행위의 효력발생을 정지하고, 그 성취에 의하여 발생하게 하는 조건이다. 즉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법률행위의 효력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해제조건은 조건으로 부가된 사실이 성취함으로써 법률행위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조건이 성취한 때부터 법률행위의 효력을 잃게 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조건의 성취 여부가 당사자의 일방적 의사에만 의존하는지 여부에 따라 수의조건과 비수의 조건으로 구별된다. 조건의 성취 여부가 당사자의 일방적 의사에만 의존하는 수의조건은 순수수의 조건과 단순수의 조건으로 구분되며, 순수수의 조건은 '내 마음이 내키면 컴퓨터를 주겠다.'라는 것과 같이, 그 성취 여부가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조건으로 이는 언제나 무효이다. 단순수의 조건은 '내가 제주도에 여행하면 귤을 사다 주겠다.'라는 것과 같이 조건의 성취 여부가 당사자 일방의 의사로 결정은 되지만, 그 외에 다른 사실상태의 성립도 있어야만 하는 경우의 조건으로 이러한 단순수의 조건을 붙인 법률행위는 유효이다. 조건의 성취 여부가 당사자 일방적 의사에만 의존하지 않은 비수의 조건은 우성조건과 혼성조건으로 구분된다. 우성조건은 '내일 비가 온다면'과 같이 조건의 성취 여부가 당사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자연적 사실에 의존하는 조건을 말하며, 이러한 조건은 유효한 조건이다. 혼성조건은 '당신이 A와 결혼한다면'과 같이 조건의 성취 여부가 당사자 일방의 의사 및 제삼자의 의사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의 조건을 말하며, 이 역시 유효한 조건이다. 또 다른 조건의 종류로 가장조건이 있는데, 이는 외관상 형식적으로는 조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조건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못하는 것을 총칭하여 말하며, 가장조건에는 법정조건, 불법조건, 기성조건, 불능조건 등이 있다. 법정조건은 법률에 의하여 요구되는 여러 가지 요건 내지 사실을 갖추어야 하는 경우로 당사자가 임의로 부가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법인설립행위에 있어서 주무관청의 허가, 유언에 있어서 유언자의 사망 등을 말하며, 이러한 법정조건들은 법률상 당연한 것이며 당사자의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의 조건이 아니다. 불법조건이란 조건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 불법조건을 부가한 경우에는 그 조건만이 무효가 아니라 법률행위 전부가 무효가 된다. 기성조건은 법률행위 당시에 이미 성취된 사실을 조건으로 한 경우를 말하고, 기성조건이 정지조건이면 조건 없는 법률행위가 되고, 해제조건이면 그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불능조건이란 법률행위 성립 당시에 이미 성취가 불가능한 사실을 조건으로 한 경우를 말하며, 조건이 법률행위 당시 이미 성취할 수 없는 경우 그 조건이 해제조건이면 조건 없는 법률행위가 되고, 정지조건이면 그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조건부 법률행위는 그 효력의 발생과 소멸이 장래에 대하여 불확정적이므로, 법률관계가 확정적이어야 하는 법률행위에 대해서는 조건을 붙일 수 없고, 또한 조건을 허용하면 법률의 목적에 명백히 반하는 경우에도 조건을 붙일 수 없다. 이러한 유형에는 단독행위(해제, 해지, 취소, 상계, 추인)와 신분행위와 같은 가족법상의 행위(혼인, 이혼, 입양, 인지, 상속의 승인 또는 포기 등), 어음행위와 수표행위 등이 있으며, 조건과 친하지 않은 법률행위에 조건을 붙인 경우에는 조건뿐만 아니라 법률행위 전부가 무효가 된다.
기한을 붙일 수 없는 법률행위와 기한부 법률행위, 기한의 이익
기한은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그 효력의 발생. 소멸 또는 채무의 이행을 장래에 발생할 확실한 사실에 의존케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을 말하고, 장래사실의 발생이 확정적이라는 점에서 불확정적인 조건과는 다르며, 당사자가 임의로 정한 것이므로 법정기한은 여기서 말하는 기한이 아니다. 조건과 친하지 않은 법률행위는 대체로 기한에 친하지 않다. 그러나 어음행위나 수표행위는 조건에는 친하지 않으나 기한에는 친하며, 혼인. 협의이혼. 입양. 파양. 상속의 승인 및 포기 등의 가족법상의 행위와 같이 법률행위의 효과를 즉시 발생하게 할 필요가 있는 법률행위에 시기를 붙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소급효 있는 법률행위에 시기를 붙이는 것은 무의미하므로, 취소와 같이 소급효가 있는 경우에는 기한을 붙일 수 없다. 기한과 친하지 않은 법률행위에 기한을 붙인 경우에는 기한뿐만 아니라 법률행위 전부가 무효가 된다.
기한의 내용이 되는 사실은 장래 발생할 것이 확실하므로 기한은 반드시 도래한다. 따라서 조건에서와 같이 성취나 불성취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며, 기일의 도래뿐만 아니라 기한의 이익포기,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 때에도 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된다. 기한도래의 효과는 절대 소급하지 않으며, 당사자의 특약에 의하여도 소급효를 인정할 수 없다. 이 점이 조건과 구별되는 점이며, 이를 인정하면 기한의 본질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기한부 법률행위의 당사자는 기한의 도래가 미정인 동안에 기한의 도래로 인하여 생길 상대방의 이익을 해하지 못하며, 기한의 도래가 미정인 권리. 의무는 일반규정에 의하여 처분. 상속. 보존. 담보로 할 수 있다. 시기부 법률행위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기고, 종기 있는 법률행위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그 효력을 잃는다.
기한의 이익이란 시기 또는 종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아 그동안 당사자가 받는 이익을 말하며, 시기부인 때는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음으로써 받는 이익이고, 종기부인 때는 법률행위의 효력이 소멸하지 않는데서 받는 이익이다. 기한의 이익은 포기할 수 있으나, 상대방의 이익은 해하지 못한다. 포기는 단독행위로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고, 포기하면 기한의 이익은 해소되고 기한이 도래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기한의 이익이 당사자 일방만을 위하여 존재하는 경우는 상대방에 대한 단독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임의로 포기할 수 있으며, 무이자소비대차의 채무자인 차주는 언제든지 원금을 반환할 수 있고, 무상임치의 임치인은 언제든지 임치물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기한의 이익이 상대방을 위해서도 존재하는 경우는 상대방의 손해를 보상하고 포기할 수 있을 뿐이다. 기한이익의 포기는 소급효가 없으므로 장래를 향해서만 효력이 있다. 기한의 이익은 채무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나, 일정한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면 채권자의 기한 전의 이행청구를 거절하지 못한다. 일정한 경우란 채무자가 담보를 손상하거나, 감소 또는 멸실하게 한 때, 채무자가 담보제공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때,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를 말하며, 파산선고 시 채무자는 기한의 이익을 주장하지 못한다.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 경우에도 기한의 도래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며, 채권자는 그의 선택에 따라 이행을 청구하거나, 본래의 이행기에 이행을 청구할 수도 있다.
기간의 계산방법(자연적, 역법적 계산법)
기간이란 어느 한 시점에서 다른 시점까지의 계속된 시간을 말하고, 이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기일은 계속된 관념이 없이 어느 특정의 시점만을 의미하며, 기한은 부관의 일종으로서 직접 법률행위의 효과를 좌우하는 표의자가 지시하는 시기 또는 종기를 말한다. 기간에 관한 규정들은 보충규정으로써, 당사자의 의사 또는 법령이나 재판상의 처분에 기간이 정해져 있으면 그에 따를 것이나, 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공법상. 사법상의 관계를 불문하고 민법의 규정이 보충적으로 적용된다. 자연적 계산법은 기간을 시. 분. 초로 정한 경우 '즉시'를 기산점으로 계산하고, 종료된 시. 분. 초에 만료한다. 예를 들어 5월 10일 오전 9시 10분에서부터 10시간이라고 한다면, 그 순간을 기산점으로 하여 오후 7시 10분이 만료점이 된다. 이러한 계산법은 주로 단기간을 계산할 때 사용한다. 기간을 일. 주. 월. 년 단위로 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초일을 산입 하지 않으며, 일 단위로 계산할 때는 원칙적으로 '초일은 산입 하지 않고 그 익일을 기산일로 한다'.라는 것을 역산적 계산법이라 한다. 예를 들어 오늘(3월 6일)부터 1주일간의 기산점은 3월 7일부터 기산 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초일을 산입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①기간이 '오전 0시부터 시작하는 때' 경우 3월 31일에 법률행위를 하면서, 돌아오는 4월 15일부터 7개월간으로 정한 때는 기산일은 4월 15일부터이고, 만료일은 11월 14일 오후(밤) 12시가 된다. ②'연령의 계산'에 있어서 출생일(초일)을 산입 한다. 예컨대 2000년 3월 5일 오전 10시에 출생하였다면, 성년을 계산할 때 3월 5일부터 기산하여 계산하므로 2019년 3월 4일 오후(밤) 12시가 성년이 되는 시점이 된다(만 19세). ③다른 법령에 특별히 초일을 산입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 예컨대 형법은 '형의 집행과 시효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함이 없이 1일로 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타 국회법에 의해서도 회기를 계산 시 초일을 산입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그 예이다. 기간의 만료점은 그 기간말일의 '종료'로 만료하고, 기간을 주. 월. 년으로 정한 때에는 일로 환산하지 않고 역에 의하여 계산한다. 주. 월. 년의 처음부터 계산하지 아니한 때에는 최후의 주. 월. 년에서 '기산일에 해당하는 날의 전일'로 기간은 만료한다. 최종 월에 해당 일이 없는 경우(2월 29일)에는 그 월의 말일(2월 28일)을 기간의 말일로 하며, 판례는 '정년이 55세라 함은 만 55세에 달하는 날을 말하는 것이지, 만 55세가 만료되는 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기간의 말일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임시공휴일 포함)에 해당하는 때에는 기간은 익일로 만료한다. 그러나 기간의 초일은 공휴일이라 하더라도 기간은 초일부터 기산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