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자의 재산관리에 관한 규정
부재자라 함은 주소 또는 거소를 떠나 당분간 돌아올 가망이 없는 자를 말하며, 반드시 생사불명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사불명자라도 실종선고를 받을 때까지는 역시 부재자이다. 부재자제도는 부재자의 재산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제도인 점에서 실종선고와는 구별된다. 민법은 부재상태를 2기로 나누어, 제1기에서는 본인이 살아있는 것으로 추측하여 잔류재산을 관리하고 살아서 돌아올 것에 중점을 두며, 제2기에서는 부재자를 사망한 것으로 보아 법률관계를 확정시킨다. 제1기에 있는 자가 부재자이고, 제2기에 있는 자가 실종자이며, 실종자는 실종선고로 인하여 사망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생사불명자도 실종선고 전에는 부재자로 다루어진다.
부재자의 잔류재산에 관하여 그 친권자나 후견인 등과 같이 법률상 당연히 그 재산을 관리할 자가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으나, 없는 경우에는 그 재산의 도난이나 후폐의 우려가 있으므로, 민법은 부재자의 재산관리에 대해서 두 가지 경우로 구분하여 규정을 하고 있다. 먼저, 부재자 자신이 재산관리인을 두지 않은 경우에 가정법원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재산관리에 관하여 필요한 처분을 명하여야 한다. 이해관계인이란 부재자의 재산을 관리하는 자가 없으므로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 자를 모두 포함하며, 부재자의 상속인, 배우자, 친권자, 보증인 등을 말하고, 검사는 공익의 대표로서 청구한다. 재산관리에 필요한 처분이란 재산관리인의 선임, 잔류재산의 봉인, 경매 등이 있으나, 그중에서 재산관리인의 선임이 일반적이다. 선임된 재산관리인은 일종의 법정대리인이며 그의 권한은 민법 제118조의 관리행위, 즉 보존행위. 이용행위. 개량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그 이상의 행위를 하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법원이 허가함에 있어 매각방법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면 경매 이외에 임의매각도 가능하며, 매각에 관해 허가를 얻은 경우에는 그 재산을 담보로 제공할 때에 다시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처분행위에 대한 법원의 허가는 장래의 처분행위뿐만 아니라 기왕의 처분행위를 추인하기 위해서도 가능하다. 법원의 허가를 얻어 처분을 하는 경우도 이는 부재자를 위한 범위로 한정되므로, 부재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타인의 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부재자의 재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는 허용된 권한을 넘는(무권대리) 무효의 처분이다. 허가 없는 처분행위나 허가를 얻었더라도 부재자의 이익과는 무관한 처분행위는 무권대리로서 무효이며, 다만,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 재산관리인은 부재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가정법원에 의하여 선임. 개임 되는 일종의 법정대리인으로, 선임된 관리인은 언제든지 사임할 수 있고 법원도 언제든지 개임 할 수 있다. 재산관리인은 보수청구권, 필요비와 그 이자의 반환청구권, 과실없이 받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으며, 법정대리인으로서 수임인에 관한 규정이 유추적용되므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진다. 그 외에 재산목록의 작성, 가정법원에서 명하는 처분의 수행, 담보제공 등의 의무가 있다. 관리가 종료되는 사유로는 부재자가 후에 관리인을 정한 때, 본인 스스로 재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된 때, 본인의 사망이 분명한 때 또는 실종선고가 있는 때가 된다. 그 절차는 본인, 재산관리인,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가 있어야 하며, 요건이 구비되면 가정법원이 처분명령(재산관리인의 선임 등)을 취소하여야 한다. 취소의 효력은 소급효가 없으므로 장래를 향하여 생기며, 따라서 재산관리인의 처분명령취소 전에 관리인이 행한 그의 권한 내의 행위는 그대로 유효하다.
부재자가 관리인을 둔 경우에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 없다. 따라서 법원은 원칙적으로 간섭할 수 없다. 부재자가 둔 재산관리인은 부재자의 수임인이며 그의 임의대리인이므로, 그의 권한. 재산관리의 방법 등은 부재자와 재산관리인 사이의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재산관리인의 권한이 본인의 부재중에 소멸한 때는 부재자 자신이 관리인을 두지 않은 경우와 같게 되고, 부재자의 생사가 분명하지 않게 된 때에는 가정법원은 재산관리인.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재산관리인을 개임 할 수 있으며, 개임 하지 않고 종래의 관리인을 유임시키면서 감독만 할 수도 있다.
실종선고의 실질적, 형식적 요건과 효과
부재자의 생사불명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되어 사망했을 개연성이 큰 경우에 일정한 절차에 따라 가정법원의 선고에 의하여 그 부재자를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실종선고라고 한다. 사망으로 간주함으로써 종래의 주소. 거소를 중심으로 하는 법률관계를 확정하는 제도이며, 법률관계를 불확정한 상태로 남겨두면 재산상속 및 배우자의 재혼문제 등 이해관계인에게 불이익을 주게 되므로, 실종선고제도는 부재자의 법률관계를 확정하는 데에 실익이 있는 제도이다.
실종선고의 실질적인 요건은 부재자의 생사가 불분명할 것과 생사불명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될 것을 요한다. '생사가 분명하지 않음'이라 함은 부재자가 생존하고 있는지 사망하였는지를 알 수 없는 것을 말하므로, 부재자의 생존의 증명도 사망의 증명도 없어야 한다. 생사의 불명은 모든 사람에게 불명하여야 할 필요는 없고 실종선고의 청구자와 법원에 불분명하면 족하다. 실종기간은 보통실종의 경우는 5년이고, 특별실종의 경우는 1년이다. 기산점은 부재자로부터 '최후 소식이 있었던 때'가 되고, 특별실종이란 사망의 공산이 큰 사변으로 생사불명이 된 경우의 실종으로 그 기간의 기산점에 대하여 우리 민법은 명문규정을 두고 있다. 즉, 전쟁이 끝난 후, 선박이 침몰한 후, 항공기가 추락한 후, 위난이 종료한 후 등이 있다. 실종선고의 형식적 요건으로는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가 있을 것, 6월 이상 공시최고를 할 것을 요한다. 이해관계인이란 실종선고를 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고 의무를 면하는 등의 신분상 또는 재산상의 이해관계를 가지는 자에 한한다. 예컨대 배우자, 상속인, 법정대리인, 재산관리인, 연대채무자, 보험금수취인 등이 되며, 단순히 사실상의 이해관계만을 가지는 자는 이해관계인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가정법원은 공시최고절차에 따라 6월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공시최고를 하여야 하고, 공시최고기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신고가 없을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실종선고를 하여야 한다.
실종선고가 확정되면 실종자는 실종기간이 만료한 때에 사망한 것으로 보므로, 상속은 개시되고, 혼인은 해소되어 배우자는 재혼이 가능하게 된다. 여기서 사망한 것으로 '본다'는 뜻은 '추정'과는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생존. 기타의 반증을 들어도 실종선고가 취소되지 않는 한 선고의 효과를 다투지 못한다. 따라서 실종선고가 가정법원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는 한 사망의 효과는 그대로 존속하며, 청구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발생한다. 사망으로 보는 시기는 실종기간이 만료할 때이다. 따라서 실종기간 만료 시와 선고 시 사이에 발생한 법률관계는 실종선고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 실종선고는 실종자의 종래의 주소 또는 거소를 중심으로 하는 사법적 법률관계(재산상. 가족법상 법률관계 포함)를 종료케 하는 것이지, 실종선고를 받은 자의 권리능력을 박탈하는 제도는 아니므로, 실종자의 공법상 법률관계와 다른 주소 또는 거소에서의 사법적 법률관계와 종래의 주소 또는 거소로 돌아온 후의 사법적 법률관계에는 효과가 미치지 아니한다. 실종선고가 없는 이상 부재기간과 관계없이 부재자의 생존은 추정되고, 시신이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사망한 것이 경험칙에 비추어 타당한 경우에 법원은 인정사망이나, 실종선고에 의하지 않고서도 사망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실종선고 취소가 되기 위한 요건과 그 효력
실종선고가 있으면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실종자의 생존 기타 다른 때에 사망한 반증이 있더라도 선고의 효과를 저지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실종선고에 의한 사망의 효과를 저지하기 위하여는 법원에 의한 실종선고의 취소가 있어야 한다. 실종선고 취소의 실질적 요건은 실종자가 생존하고 있는 사실, 실종기간이 만료한 때와 다른 시기에 사망한 사실, 실종기간의 기산점 이후의 어떤 시점에 생존하고 있었던 사실 중 어느 하나가 증명되어야 한다. 절차상 요건으로는 본인.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가 있어야 하고, 이해관계인은 배우자. 친권자. 상속인. 실종선고에 의하여 생명보험금을 지급한 보험회사 등이다. 그리고, 실종선고에서와 달리 공시최고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취소선고의 절차는 실종선고의 절차와 동일하다. 따라서 법원은 그 요건이 구비되면 반드시 실종선고를 취소하여야 한다.
실종선고의 취소가 확정되면 실종선고로 생긴 법률관계는 소급적으로 무효가 됨이 원칙이다. 실종자가 생존한 것으로 판명되어 취소된 경우 선고에 의하여 소멸한 신분관계는 부활하고, 상속 기타에 의하여 취득한 재산은 환원되어야 한다. 따라서 배우자와의 혼인관계는 계속되고, 상속은 개시되지 않았던 것이 된다. 선고에 의한 사망시기와 다른 시기에 사망하였음을 이유로 취소된 경우에는 그 새로운 사망 시기를 기준으로 상속 등의 법률관계가 확정되고, 실종기간 기산점 이후의 생존을 이유로 취소된 경우에는 선고 전의 상태로 회복되고, 만일 이해관계인이 원하면 새로운 실종선고의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만을 관철한다면, 실종선고를 신뢰한 배우자, 상속인 기타 이해관계인이 예기치 못한 손해를 입게 되므로, 민법은 원상회복에 대하여 두 가지 예외를 두고 있다. 첫째, 실종선고 후 그 취소 전에 선의로 한 행위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여기서 '선의'란 실종자의 생존 또는 이시 사망을 그 행위 시에 모르는 것을 의미하며, '선의'는 양당사자의 선의를 필요로 한다. 둘째, 실종선고를 직접원인으로 하여 재산을 취득한 자가 선의인 경우에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반환할 의무가 있으며, 악의인 경우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서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 실종선고를 직접원인으로 하여 재산을 취득한 자(예컨대 상속인, 유증을 받은 자, 생명보험 수익자 등)로부터 법률행위에 의하여 재산을 취득한 자(상속인으로부터 상속재산을 매수한 전득자 등)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